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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되돌릴 수 있을까?

by claire219 2025. 5. 8.

우리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까요? 영화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간 여행이나 과거로의 회귀는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지만, 실제 과학의 영역에서도 이러한 질문은 단지 공상 과학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양자역학과 정보이론을 활용한 실험들에서 시간의 흐름을 되돌렸다는 놀라운 주장이 제기되면서 과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대표적으로 2019년 IBM의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실험에서는 "양자 상태의 시계를 되돌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한편, 열역학 제2법칙은 자연현상에서 시간의 일방향성을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물리 법칙 중 하나로, 엔트로피의 증가가 시간의 흐름을 규정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엔트로피를 되돌리는 것이 곧 시간을 되돌리는 것일까요? 오늘은 시간의 방향성을 주제로,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실험 사례, 열역학적 시간의 비가역성, 그리고 엔트로피 개념과 시간 회귀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고찰해보고자 합니다.

시간에 대한 고찰은 단지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존재의 본질, 인식의 구조, 그리고 우주적 질서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는 철학적 탐구의 시작점이 됩니다. 오늘날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인공지능, 정보처리, 심지어 우주의 기원과 종말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주제는 과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지적 탐사의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있는가 - 양자역학, 열역학, 그리고 시간의 방향성
시간은 되돌릴 수 있는가 - 양자역학, 열역학, 그리고 시간의 방향성

양자컴퓨터로 시간을 되돌리다? – 2019년의 실험

2019년, 러시아와 미국의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양자컴퓨터를 활용하여 '시간의 방향을 역전시켰다'는 주장이 발표되었습니다. 이 실험은 IBM의 2큐비트, 3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특정한 초기 상태의 양자 시스템을 시간에 따라 진화시킨 후, 이를 다시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이 실험의 핵심은 양자계의 상태가 유닛터리(unitary) 연산에 따라 되돌릴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입니다. 양자역학의 기본 법칙 중 하나는 슈뢰딩거 방정식이 시간에 대해 가역적이라는 것으로, 이론상으로는 시스템의 상태를 되돌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실험에서는 무작위적 상태를 입력한 뒤, 이를 시간에 따라 진화시킨 후, 반대로 역연산을 적용하여 원래의 상태를 재구성하는 데에 성공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실험이 실제로 '시간을 되돌린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실험은 극도로 제한된 조건과 계산 가능성이 통제된 인공적 환경에서만 이루어졌으며, 이는 우주 전체의 물리적 시간 흐름을 되돌리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실험에서 구현된 시간의 역전은 시스템 내부의 상태 복원에 가까우며, 외부와의 상호작용이 배제된 상황에서만 성립하는 인위적인 조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실험은 시간의 방향성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 그리고 양자 수준에서는 시간 되돌리기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러한 실험은 향후 더 큰 규모의 양자 시스템 분석과 시공간 구조에 대한 정밀한 이해로 확장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열역학 제2법칙과 시간의 일방향성

반면, 거시적 세계에서는 시간은 항상 과거에서 미래로만 흐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는 열역학 제2법칙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이 법칙에 따르면, 고립된 계의 엔트로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항상 증가하게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엔트로피는 시스템의 무질서도, 혹은 가능한 미시적 상태의 수를 나타내는 물리량입니다.

따라서 자연계에서는 높은 질서에서 낮은 질서로, 낮은 엔트로피에서 높은 엔트로피로의 일방향적인 변화가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컵이 떨어져 깨지는 현상은 자연스럽지만, 깨진 컵이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현상은 관측되지 않습니다. 이는 단지 확률의 문제만이 아니라, 기본적인 물리 법칙의 방향성이 비가역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열역학 제2법칙은 시간의 비대칭성을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물리 법칙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과거"와 "미래"를 구분할 수 있는 이유이며, 사건이 순서대로 발생한다는 인식의 기초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는 생명체의 성장, 기억의 축적, 우주의 팽창 등 다양한 자연 현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시간의 흐름이 단순히 인식적 환상이 아님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양자 수준에서 시간 되돌리기가 가능하더라도, 거시 세계에서는 엔트로피의 법칙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 현재 물리학의 지배적 견해입니다. 이는 물리학이 말하는 시간의 구조가 단순히 수학적 기호가 아니라, 실재하는 자연의 질서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켜줍니다.

엔트로피를 되돌리는 것과 시간 되돌리기의 차이

그렇다면, 엔트로피를 되돌리는 것이 곧 시간을 되돌리는 것과 같은 의미일까요?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보다 정교한 분석이 필요한 질문입니다. 엔트로피가 줄어든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시스템이 더 질서 있는 상태로 회귀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시간 그 자체가 과거로 흐른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엔트로피 감소를 관측했다고 해서, 그 사건을 실제로 과거로 되돌린 것은 아닙니다. 이는 단지 시스템 내부의 특정 상태가 이전 상태와 유사하게 구성되었다는 뜻일 뿐, 사건이 발생한 순서나 인과 관계가 역전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냉장고 속에서 얼음이 녹는 것은 엔트로피 증가 과정이며, 이를 냉각 과정을 통해 다시 얼리는 것은 엔트로피 감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외부 에너지를 투입한 결과이며, 시간의 흐름이 바뀐 것은 아닙니다.

또한, 양자 정보이론에서는 엔트로피가 줄어드는 조건이 성립하려면 극도로 정교하게 통제된 조건이 필요하며, 미세한 교란에도 시스템은 다시 엔트로피 증가의 방향으로 회귀하게 됩니다. 이는 시간이 본질적으로 엔트로피의 방향성에 의해 결정되며, 단지 상태의 복원이 곧 시간 역전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 줍니다. 요컨대, 엔트로피의 변화는 시스템의 상태 변화에 대한 하나의 지표일 뿐이며, 그것이 반드시 시간 그 자체의 방향성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구분은 시간이라는 개념이 단일한 차원이 아닌, 복합적인 의미 층위를 가진다는 점을 일깨워 줍니다.

 

 

2019년의 양자컴퓨터 실험은 물리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시간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논의의 장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이 실험이 실제로 시간 자체를 되돌린 것인지는 과학적으로 보다 정밀한 해석이 필요합니다. 양자 수준에서의 시간 역전은 가능할 수 있지만, 거시적 현실에서는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른 엔트로피 증가가 시간의 일방향성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엔트로피를 되돌리는 것과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동일한 개념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시간의 방향성은 단순한 상태의 변화가 아니라 인과성, 정보, 질서의 흐름과 깊이 얽혀 있으며, 이를 되돌리는 것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 이상의 철학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시간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자역학과 정보이론, 그리고 열역학의 융합을 통해, 우리는 시간의 본질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으며, 이는 인류의 인식 지평을 넓히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진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학 연구는 이처럼 시간이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를 더욱 정밀하게 다듬어 나갈 것이며, 그것은 단지 과거를 되돌리는 것이 가능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시간이라는 틀 속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사고하는지를 밝혀내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